능력불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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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불변의 법칙

관리자 0 54,652 2011.04.01 23:45


능력불변의 법칙

40여년 전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강원도의 최남단에서 살았는데, 그곳에 별명이 외팔이라고 불리던 팔이 한쪽 없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 동네에서 아무도 갖지 않은 자전거를 한쪽 팔로 타고 다니며,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힘이 얼마나 세었는지 아무도 그를 힘으로 이길 사람이 없었다. 한번은 술자리에서 언쟁이 일어나 외팔이 아저씨와 한 동네 사람과 싸움이 벌어 졌는데 결과는 꼬마구경꾼들의 예상과는 달리 외팔이 아저씨가 양쪽 팔 가진 아저씨에게 이겼던 것이다. 누구든지 외팔이의 그 한쪽 남은 팔에 붙잡히면 그 힘이 얼마나 센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고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팔 보다 훨씬 더 굵고 손이 컸었다. 그 후 우리 가족은 경북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중에 들은 소문에 의하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논두렁에서 자다가 동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 : 1743~1794)는 화학반응의 전후에서 반응물질의 전질량(全質量)과 생성물질의 전질량은 같다고 하는 ‘질량불변의 법칙’을 발표하였다. 즉 화학반응의 전후에서 원물질(原物質)을 구성하는 성분은 모두 생성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변할 뿐이며, 물질이 소멸하거나 또는 무(無)에서 물질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 곧 질량불변의 법칙이다. 마치 물이 증발하여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여 지면으로 돌아와 결국은 평형을 이룸과 같이 모든 물질은 화학적 변화를 하더라도 결국 질량(무게)은 변함이 없다고 하는 이론이 질량불변의 법칙 또는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작년 가을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한 사회복지 대축제 행사의 장기자랑시간에 원주 소쩍새 마을에서 출연한 한 정신발달지체 장애인이 종이 학을 손으로 접듯이 정교하게 입으로 접어서 참석한 관중들에게 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손을 전혀 쓸 수 없는 사람이 입으로 어떻게 종이 학을 예쁘게 접을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神技)라 감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어디 그 뿐인가. 영국의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호킹(Hawking, Stephen William) [1942.1.8~] 박사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특이점(特異點) 정리>,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量子宇宙論)> 등 현대물리학에 3개의 혁명적 이론을 제시하였고, 세계물리학계는 물리학의 계보를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그를 꼽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발레리나 강진희양은 청각장애인임에도 그 아름다운 율동으로 세계인을 매혹시키고 있고, 네손가락의 희야도 그러하거니와 시각장애인들은 청각이 매우 발달하여 피아노조율과 같은 음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비장애인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의 능력을 키를 재듯 잣대를 대고 재어 볼 수는 없지만 개개인의 능력을 저울에 얹어 무게를 달아 볼 수 있다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그 능력의 무게 합은 같을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 보다 장애 있는 부분에서야 능력이 떨어지겠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능력이 오히려 뛰어나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그 능력의 합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 보다 능력이 없거나 못하다는 잘못된 생각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단지 밖으로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질량불변의 법칙처럼 사람의 능력은 불변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편견이 만들어 낸 소치일 뿐이다.

장애인 복지학에 정상화(normalization)라는 용어가 있는데, 원래 이 말은 1969년 덴마크의 뱅크 미켈센(N.E. Bank-Mikkelsen)이「정신지체자에게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정신지체자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분야의 원리로서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생활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상화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는 철학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근무하는 대학원 선배와 자리를 같이 했었을 때, 그 선배의 말이 도대체 아무 상관없는 부분을 이유로 기업주들이 장애인 고용을 기피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리가 불편해도 목소리가 고운 사람은 전화안내원이나 전화상담원 또는 컴퓨터로 하는 일이나 물건조립과 같이 손으로 하는 일은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취업을 꺼린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 시설이 자기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곳도 있다.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장애인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고 있는 이사회가 정상적인 사회가 되어지는 것이다. <註 : 강원장애인신문 시론에 투고하여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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